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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토트넘·레알 마드리드, 모두 제 고객입니다” – 조선일보

“맨유·토트넘·레알 마드리드, 모두 제 고객입니다”


유럽 축구 에이전트 김나나, 빅 클럽 글로벌 사업 계약 대행
“백인도 남성도 아닌 소수자지만 그게 오히려 제 강점이 됐어요”


“비(非) 유럽 국가 출신 에이전트들은 구단을 상대할 때 자신의 지위를 낮추려는 경향이 있어요. 어떻게든 일을 따내고 싶으니까요. 저는 동등한 위치에서 당당하게 평가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미팅에 일부러 20분 지각한 적도 있어요.”


백인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는 유럽 축구계에서 한국인 여성 에이전트가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전시 회사 ‘C&P스포츠’의 대표 김나나(40·카탈리나 김)씨. 박지성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망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럽 ‘빅 클럽’들이 그의 고객이다. 구단들에 글로벌 사업 기획을 제시하고 계약을 대리하는 것이 김씨의 일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 시각) ‘한국 여성이 어떻게 수퍼 에이전트가 됐나’라는 제목으로 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씨는 10일 통화에서 “나는 유럽 축구계에서 ‘더블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럽 축구계에서 여러 인종과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그 이면의 비즈니스 세계는 백인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자신은 ‘백인’과 ‘남성’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이중 소수자’라는 것이다. 그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시아 여성’이라서 할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이 있다는 말”이라며 “유럽 주요 구단들이 최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오히려 강점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에 친숙했다”고 했다. 자폐증이 있는 두 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던 동생과 놀아주기 위해 함께 축구, 야구, 테니스 등을 즐겼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 동생과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경기장에선 누구도 동생에게 불편한 시선을 주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더라고요. 골을 넣었을 때 앞 줄 관중이 동생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어요.”


김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배우러 2009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고, 밀라노에서 패션 업계에 종사했다. 2011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뒤에는 1년간 한국 대사관에서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유럽 기업을 돕는 일을 했다. 이후 대사관을 나와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2013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유명 구단 맨체스터 시티의 모(母)기업으로부터 처음 사업 제안을 받은 것이 그를 축구계로 이끌었다.


김씨는 “아시아 축구 구단 인수 작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는데, 축구계가 아닌 다른 업계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에이전트를 찾았다고 한다”며 “‘빅 클럽’ 에이전트가 되고 싶어 하부 리그에서부터 경력을 쌓아가는 게 대부분인데, 내겐 정말 큰 기회였다”고 했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유럽 축구계에 김씨의 이름이 알려지게 됐고, 이후 대형 구단들이 글로벌 사업 추진을 위해 그를 찾았다. 유럽 축구 구단들 사이에선 ‘에이전트 레이디(lady)’란 별칭으로 통한다고 한다. 토트넘 홋스퍼와 금호타이어 간의 스폰서십 계약을 성사시켰고, 레알 마드리드가 한국에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데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씨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유럽 구단들이 한국을 주목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박지성 선수가 영국에 진출한 이후 한국 기업들이 유럽 축구계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지만 여전히 한국은 유럽 축구의 변방에 머물러 있어요. 현재 스페인 1부리그 경기 일부를 미국에서 개최하는 것처럼 유럽 축구의 확장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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