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

<한국에서 온 한 여성은 어떻게 슈퍼에이전트가 되었나> – 인디펜던트

<한국에서 온 한 여성은 어떻게 슈퍼에이전트가 되었나>


그녀는 슈퍼리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의 백인 유럽남성이 지배하는 유럽축구계에서 한국에서 온 이 여성은 어떻게 슈퍼에이전트가 되었을까. 이 모든 것의 이유와 답은 그녀의 언어에 대한 관심부터 시작된다.
카탈리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외국어고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배운 뒤 후에 밀라노에서 이태리어를 익혔다. 그녀가 말하길, 이 언어들은 축구계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들이다.(클롭과 투헬은 이의를 제기하겠지만 사실 그 두 명이 독일어로 말하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접하는가? 거의 못 본다.)
2011년 런던에 온 카탈리나는 한국 대사관에서 일하며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영국 기업들에 긍정적인 전망만 제시하며 한국에 진출하라고 독려하는 미팅들을 해야 했다. 그러나 사기업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녀는 큰 투자를 감행하는 민간 기업들에게 그런 조언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2012년 어느 날 그녀는 미팅 후 로비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영국 기업 측 인사와 둘만 남겨졌을 때 이렇게 말했다. “하지 마세요!” 그러고는 그들이 왜 한국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주었다. 그는 크게 놀랐다. 미팅룸에서 들은 얘기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이후 맨시티와의 계약에서도 그랬다.


그녀는 현 씨앤피스포츠의 전신인 카탈리나 앤 파트너스를 2013년에 설립했으며, 회사는 지금 28명의 에이전트를 둔 회사로 성장해 런던, 프랑크프르트, 서울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축구팬으로 자라 한국 국가대표 경기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보는 그녀는 2018년 한국이 독일을 탈락시켰던 순간을 기억한다.


“영국 사람들이 독일 탈락시켜줘서 고맙다고 저에게 인사하더군요.” 밀란에 살 때는 AC밀란 경기를 가곤 했던 그녀가 지금 런던에서 응원하는 팀은 비밀이다. “밝히면 나머지 구단들이 분명 삐칠 거예요.”


유럽축구계에서 그녀는 ‘에이전트 레이디’ 라 불린다. 업계 사람들은 ‘에이전트 레이디 도착했어?’, ‘에이전트 레이디한테 전화해봐’라 말하곤 한다. 한국에서 발간된 그녀의 자서전 제목도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이다. 그녀는 선수에이전트와 달리 구단, 리그, 기업간 거래를 한다.


처음 했던 거래는 맨시티 구단의 모기업인 씨티풋볼그룹의 구단 인수 작업이었고, 이후 그녀는 토트넘 홋스퍼에는 금호타이어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레알마드리드의 한국에서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기도 했으며 이는 레알마드리드의 첫 한국 아카데미로 이어졌다.


여성 에이전트는 여전히 적으며, 다른 세상 얘기다. 15년 전 FIFA 라이선스를 가진 여성 에이전트는 레이첼 앤더슨이 유일했다. 현 월드사커 여자축구 편집자인 인디펜던트 전 기자 글렌 모어는 “축구계의 발전속도에 비해 여성의 참여는 매우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극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영향력이 없는 역할에 머물러 왔다.”고 평한다.


카탈리나는 솔직한 의견을 주는 것으로 업계에서 높은 평판을 받았다.


“구단과 리그사무국은 원하면 자기들이 듣고 싶은 말만 해줄 백인, 아시아 남성을 어디서든 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저라면 진실을 얘기해 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저를 고용하죠. 그때 대사관 엘레베이터에서 대화를 나눈 영국 기업 관계자처럼요.


제가 특히 못 참는 것은…
“개소리요?” 내가 문장을 대신 마무리하자 그녀는,


“네, 그 표현이 정확하겠네요.”


최근의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이다. 카탈리나는 다른 빅클럽을 만날 때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맨유랑 같은 급이라고 착각하면,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런 착각 안 한다면?”


“그럼 맨유가 될 길을 제시해 주도록 하지.”


나는 카탈리나로부터 다른 에이전트들이 ‘상대방에게 입에 발린 말을 해대며 무작정 계약을 밀어붙이는 경향’ (카탈리나는 예의상 이를 점잖게 ‘에이전트 자격이 없는 사람들’ 이라 표현했다) 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별로 놀랍지 않았다.


토트넘도 예외는 아니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영입했을 때 카탈리나는 가혹하게도 “한국 선수 하나 샀다고 한국에서 맨유가 되는 게 아니야.


너네 빅클럽 아니잖나.’라고 말했다.


‘당시 그렇게 토트넘에 말할 수 있는 한국인은 저뿐이었죠.’


그녀는 한 빅클럽이 아시아에서 대형 사기에 휘말릴 뻔한 것을 막아준 적도 있다.


그런 사례들이 쌓이면서 유럽 클럽들은 아시아와 거래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알짜배기 클럽 수익은 아시아 시장에서 온다.


“유럽 축구계는 아시아에 무지하고 오만해요. 라리가에 아시아인이 몇 명이나 일하죠?”


거의 찾기 어렵다.


그녀는 선수 출신에 대한 업계의 특혜 문제도 지적한다.
“이 업계는 선출이 아닌 것을 무슨 장애처럼 여기죠.”


1980년대에 리버풀에서 뛰다가 감독이 된 케니 달글리쉬에게 한 기자가 기자회견에서 전술에 관한 비판을 하자 그는 기자에게 ‘너 선출이야?’ 라고 물어 웃음을 산 적이 있다. 그는 ‘선출이 아니면 모르는 내용이라 그런거다’ 라며 수습을 하려 했지만 이 사건은 얼마나 체육인들이 업계에서 선출이라는 것을 직업상의 보호막으로 이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카탈리나는 특정 에이전트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말했다. “왜 상업 계약을 체육인이 대리해야 한다고 여기는지, 이상한 일이죠. 이건 사업이거든요.”


그녀는 유럽 1부리그에 한국자본 소유가 하나도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하지만 그건 바뀔 거예요. 이런 계약은 시간이 걸릴 뿐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그녀는 인터뷰 중에 ‘South Korea’라는 말 대신 ‘Korea’이라고 지칭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답했다.


“유엔 대북제재로 북한과는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Korea라 하면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한국만 의미하죠. 북한은 스포츠에 강한 국가이고, 북한의 김정은도 스포츠팬이라 알려져 있지만, 안보리 제재중에는 제가 대리해 북한과 할 수 있는 거래는 없어요.”


축구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외교자원이다. 나는 그녀가 평화에 기여할 훌륭한 앰버서더가 될 거라 확신한다.


“1970년대 초반 미국과 중국간 핑퐁외교의 사례처럼 정치적 차이를 완화시키거나 화해시키는 데에 스포츠가 기여할 수 있다는 데에 개인적으로 동의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요청을 받아 제 외교부와 스포츠계의 경험을 통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그녀는 한국에서의 삶이 마냥 장미빛만은 아니었다고 전한다. “여자아이에게 운동을 하라는 문화가 아니었죠. 여자애들은 공주처럼 커야 하거든요. 장애에 대해서도 관용이 없는 사회였어요.” 그녀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동생을 키우는 가정으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통해 이를 털어놓았다.


“믿기 힘들겠지만 우린 레스토랑에 가면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곤 했어요. 영화관에서도, 음악회에서도 쫓겨 났고, 학교에서조차 다른 학교로 옮겨달라는 압박을 받았죠. 동생네 반 다른 학부모들은 우리 집에 전화해 왜 반 전체 진도를 떨어트리냐며 항의를 하곤 했죠.” 그녀는 덧붙였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제 남동생과는 놀지 말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제 남동생은 학교에 친구가 없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그녀가 축구를 처음 배운 이유이다. 그녀는 남자아이인 동생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같이 놀아주기 위해 운동을 배웠다고 한다. 한국에선 보통 여자아이가 축구, 농구, 야구 같은 것을 하며 자라진 않지만 그녀는 웨이트, 테니스, 승마까지 즐기는 만능 스포츠우먼으로 자랐다.


그녀는 11살 때 첫 직관을 가서 축구란 무엇이고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축구에 대한 세계관을 세우게 되는 중대한 체험을 했다. 이는 지금 그녀가 슈퍼리그에 반대하는 이유가 되었다.


“아무도 제 동생의 장애에 관심이 없었죠. 관중들은 모두 경기를 완전 집중하고 있었거든요. 우린 드디어 동생을 데리고 외출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점에서 안도했어요.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그전까지 동생은 사회의 모든 교류에서 소외되고 제외된 존재였는데 그날 경기 중 골이 들어가자 우리 가족 근처에서 경기를 보던 한 관중이 주변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내 동생과도 손뼉을 마주쳤어요. 우린 동생에 대한 차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학교를 상대로, 개인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었기에 동생이 받아들여진 그 순간은 특별했죠.


업계의 팽배한 차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축구를 포용의 스포츠라 여기는 이유를 나는 여기서 알 수 있었다.


“축구는 빅클럽이 아니라 소수자를 위해 존재해요. 그것이 전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스포츠인 축구의 가치와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한 계약마다 어린 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전 축구가 어린 팬들의 삶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의미를 알거든요.”
Soccernomics의 저자 사이먼 쿠퍼와 스테판 시만스키는 저서에서 “온 축구계가 여성에 부당하게 차별 중이다.’라고 기술한 바 있다. 아시아 여성에겐 아마 더 차별이 심할 것이다. 하지만 카탈리나는 축구의 아름다운 가치에 대해 말한다.


“축구라는 스포츠에는 공정이 있어요. 그래요, 남성 중심적 산업이고, 백인유럽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것도 맞죠. 하지만 그들은 저를 받아 들였거든요. 제 남동생을 받아줬던 것처럼요. 여성이 더 필요하고 아시안도 더 필요하죠. 자신의 공정은 자신이 찾아야 합니다. 아무도 문을 걸어 잠근 적은 없어요. 유럽축구계와 전 함께 환상적인 성과를 내왔는걸요.”


그녀의 책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 의 영국 내 출판을 위해선 축구에 해박하며, 영어 및 한국어를 구사하는 특출난 번역가가 필요하다는 점은 글로벌 전문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영어를 한다고 글로벌해지는게 아니예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거라면 유럽인들도 아시아 언어를 배워야죠. 영국은 영어 외에 다른 언어도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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